황야방 皇惹房

~15일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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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속 마을에서 나라의 수도로 거처를 옮긴 선기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자금을 끌어 모으는 일이었다. 돈이 있어야 사람을 움직일 수 있고, 그 마음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그녀는 이미 꿰뚫어보고 있었다. 가진 미모와 능력, 그리고 곤족 특유의 사람을 홀리는 향기가 있으면 딱히 어려울 것도 없었다. 함께 따라나선 곤족의 여인들도 이 일에 동참했다.


그러나 선기는 딱 한 가지, 제 몸을 내어주진 않았다. 계집을 취하고 난 사내들이 어찌 변심하는지는 숱하게 겪어 잘 알고 있었다. 줄 듯 말 듯 애만 태우는 덕분에 점점 더 그녀에게 목을 매는 사내들이 늘어만 갔다.


어차피 팔아야 할 것이라면 가장 비싼 값을 받고 팔아야지. 선기의 목적은 처음부터 황제였다. 이 나라의 권력 구조는 너무나 거대했고, 반대로 규모가 믿기지 않을 만큼 단순했다. 모든 실권을 쥐고 있는 공산당과 그들을 유일하게 견제할 수 있는 민주당과 재벌 그룹들. 그 사이에 황권이란 실추란 표현도 아까울 정도로 애시 당초 존재하지 않았다. 명분뿐인 황실, 그러나 그 혈통과 역사의 유구함은 천만금을 주어도 얻을 수 없는 것. 선기는 계획대로 황제와의 접촉에 성공했다.


그를 유혹하는 데에 성공한 선기의 계획은 아무런 차질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도 그녀는 승승장구했다. 뛰어난 로비스트로서의 모든 자질을 갖춘 선기는 당시의 모든 권력을 제 양 손에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공산당, 민주당, 그리고 황실까지. 선기는 바라던 대로 천하를 얻었다. 산등성이 마을에서는 절대로 이룰 수 없는 꿈이었다. 그녀와 함께 홍수초 또한 점점 더 세력을 키웠다.



그런 선기의 앞에 한 사내가 나타난다. 모르는 이는 아니었고 심지어 자주 보던 사내였다. 그는 황제의 오랜 벗으로 그와 가장 친분이 두터운 사내, 하강이었다. 그가 선기의 존재를 아는 것처럼 그녀 역시 하강이 누구인지를 알고 있었다.


여기서부터 비극의 서사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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