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방 皇惹房

~15일의 기록~

15







3일



이른 오전, 황실특령법(皇室特令法)이 발동했다.

황실특령법은 오직 황제와, 그가 부재할 경우 현경사의 수장에게만 위임되는 권한이다. 황실에 크나큰 문제가 생겨 이에 대해 의견 소집이 필요한 순간에만 쓰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권한 중 하나로, 최근 선황의 임종을 알리기 위해 발동한 이래로는 쓰일 일이 없었다. 현재 황석은 공석이었으므로 특례법을 발동시킨 것은 현경사의 수장, 하강이었다.


새벽부터 떨어진 회의 소집령에 모두가 빠짐없이 자리에 참석했다. 지금까지 열린 인민 공화국 대 회의와 비슷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 성격부터, 일의 경중이 사뭇 달랐다. 소집한 주체가 다르고 참석한 인원이 다르다. 황실특령법에 의해 소집 될 경우 1선을 포함한 2선 의원까지 의무적으로 참석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회의장도 이전보다 두 배가 넘는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황룡회장(黃龍會場)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 인원이 자리에 참석한 중에 회의장 오른쪽 한 가운데에는 현경사의 하강이, 그리고 그 정 반대에는 예왕과 정왕이 각기 자리했다. 즉위식을 3일 앞둔 지금. 분명 오후에도 회의가 소집될 예정이었으나 느닷없이 특례법까지 꺼내들고 나선 하강의 움직임이 수상쩍다. 그러나 아무도 그에 대해 토를 달 수 없었다.


경염은 평소의 무표정한 얼굴로 회의장을 응시했다. 일부러라도 하강의 모습은 보지 않으려 했지만 자꾸만 눈에 밟히는 바람에 내내 속이 메스껍던 차였다. 당장이라도 달려 나가 사내의 멱살을 잡지 않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피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경염의 곧바른 시선이 하강을 향했다. 제 손에 총이 없다는 사실이 유감스러울 뿐이다. 그는 예전부터 나이프보다는 총을 훨씬 더 잘 다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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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텍스트6,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