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방 皇惹房

~15일의 기록~

18



{完}






차츰 열리는 세계는 조심스럽다. 빛이 쏟아들어져 오는 통에 다시 감은 눈이 다시 조금씩, 용기를 내어 열린다. 뿌옇게 흐려지던 초점이 빛이 모이는 곳에 맞춰 움직이고, 또 잠시 멈춘다. 어디선가 새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은 환청인가. 숨을 들이킬 때마다 흘러 들어오는 깨끗한 공기에서는 그리운 향수가 묻어난다. 죽은 걸지도 모르겠다.


사내는 문득 체념했다. 체념은 인정이었다. 어느 곳에서 눈을 떠도 후회하거나 미련을 남겨두지 않겠다는 인정. 아마 눈을 뜨면 멋진 세계가 펼쳐져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후(死後)세계라 할지라도 아쉬울 것이 없음이다.


제일 먼저 마주친 세계의 광경은 허여멀건한 천장이었다. 나무 등이 매달려 제법 멋스럽고, 또 예스럽기도 하다.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기억을 더듬어 보다가 이내 포기한다. 이제와 그것이 다 무슨 소용이겠어. 그저 예전보다 한결 편해진 것 같은 몸이 고마울 뿐이다. 그런 것을 보면 정말로 죽음 너머의 세계인지도 모르겠다. 그것 또한 좋다. 아, 편안하다. 모든 것이 안락하고 아늑하다. 이제야 비로소 극락(極樂)에 당도했는가.



이곳에서는 정녕, 태양이 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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