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녀석 잡아!


골목길에 막 접어들었을 때 즈음이었다. 길모퉁이 끝에서부터 들려오는 날카로운 외침에 남자는 본능적으로 걸음을 멈췄다. 선천적으로 사람들이 많은 곳을 기피하는 남자가 일부러 비교적 인적이 드문 골목길을 선택한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릴 것 같은 예감이 들어 평소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시피 한 그의 굵은 눈썹 사이가 잠시 찌푸려졌다.

아니나 다를까. 예감은 곧 현실이 되었다. 그는 가장 먼저 뛰어오는 한 소년을 보았다. 소년? 소녀? 성별이 모호할 만큼 왜소한 체구는 멀찍이 서 보기에도 죽을힘을 다해 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쫓기고 있는 모양이었다.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을 만큼 화려한 머리칼이 나부꼈다. 색소가 다 빠진 듯한 머리칼은 로우 핑크와 블론드 스카이 블루가 섞여있어 결코 흔치 않은 색을 띄고 있었다. 장담컨대, 한 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색깔이었다. 남자는 찰나지만 소년, 혹은 소녀에게 약간의 호기심이 일었다. 타인에 관해서라면 지독하리만치 무관심한 그로서는 무척 드문 일이었다.


“아…!”



그야말로 죽을힘을 다해, 뛰고 있었던 소년, 혹은 소녀는 보기 좋게 남자와 부딪치고 말았다. 앞에 서 있던 남자를 보지 못한 것이다. 남자는 잠시 흔들렸지만 오히려 보란 듯이 멀쩡했고 대신 힘껏 부딪친 상대만 바닥에 나뒹군 꼴이 되고야 말았다. 남자는 깊은 눈으로 넘어진 상대를 주시했다. 아니 관찰이라는 말이 더 어울렸다. 여자? 아니 남자다. 다 늘어진 듯 헐렁한 민소매 셔츠 안으로 보이는 가슴이 판판했다. 거기다가 온 몸이 낙서판이라도 된 듯 쉽데 볼 수 있는 다양한 문신들이 꽤 인상적이었다.

 

“잡았다!! 이 새끼! 네가 감히 도망을 쳐!?”“놔…!!! 놓으라고!!! 씨발!!”“이 새끼가 아직도 기가 살아서 입을 놀려?!”

“악!!! 놔아!!! 놓으라고!!”


남자는 느닷없이 벌어진 진풍경에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 말했듯이 선천적으로 사람 많은 장소를 싫어하는 그의 습성은 시끄러운 것 역시, 결코 선호하지 않는 인간상임을 의미했다. 큰 소리에 익숙하지 않은 고상한 고막이 시끄럽다며 아우성을 쳐 대고 있었다. 남자는 제 기분을 조금도 숨길 생각이 없어 보였다. 실제로도 그랬다. 그의 짙은 이목구비가 일그러졌다. 


“T…T님…!”

“…무슨 일이지?”



남자는 익숙한 명령조로 상대에게 물었다. 아는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물론 아니었다. 그러나 이 도시에서 그가 경어를 쓰거나 예의를 갖춰야만 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그의 오만함은 숨 쉬듯 자연스런 일이었다. 남자는 느긋한 손짓으로 들고 있던 지팡이로 한 번 더 땅을 짚었다. 은으로 조각된 뱀이 휘황찬란한 제 몸을 지팡이에 휘감은 채로 끄트머리에선 붉은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Snaker(스네이커) 가(家). 그의 가문을 상징하는 절대적인 문양은 한참 시끄럽게 굴고 있던 모두의 입을 다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오직 단 한 명, 지금 이 상황의 자초지종을 모르는 듯한 어리둥절한 눈동자만이 남자를 향해 크게 깜박였다.




“아, 아닙니다.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헤헤…. 이 녀석은 저희가 관리하는 녀석인데, 주제도 모르고 도망쳤지 뭡니까. 이제 잡았으니 됐습니다. T님 덕분입니다. 어이쿠…. 이 비천한 놈이 감히 T님의 로브에 흙먼지를….”

 

남자의 눈치를 살피며 한참 기가 죽은 목소리로 굽실거리던 사내가 곧 그에게 다가가 그의 로브를 조심스러운 손짓으로 탁, 탁 쳐냈다. 사내의 말대로 남자의 검은 로브 위에는 아까 소년과 한 바탕 부딪친 이후로 묻은 흙먼지가 남아있었다. 익숙하게 저를 대하는 손길을 바라보고 있던 남자는 곧 상대가 무안하리만치 탁, 하고 쳐 내었다. 그야말로 감히, 더러운 손으로 만지지 말라는 의미였다. 무언의 경고였다.


“이 자는 누구지?”

“아…아, 신경 안 쓰셔도…. 이 녀석은 저희 가게에서 일하는 녀석일 뿐입니다….”

“라메라(ramera) 로군.”

“아, 예…. 맞습니다. 팔려온 녀석인데 그만….”

 

라메라(ramera)라는 말에 바닥에 가만히 앉아있던 소년의 눈이 확 찢어져 남자를 노려보았다. 라메라는 창녀를 뜻하는 말로 도시 안에서는 가장 하위 계급 군에 속했다. 창녀 주제에, 정작 창녀란 소리를 듣는 건 싫은 모양이지? 저를 노려보는 눈길과 정면으로 마주친 남자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자신을 저리 당당하게 노려볼 수 있는 사람 역시, 이 도시 안에선 아무도 없었다.



“…이 녀석, 얼마지?”

“아…저…. T님…. 죄송하지만, 이 녀석은 팔지…않습니다.”

 

그런 점이 남자의 구미를 당겼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안 된다고? 순간 사내의 얼굴에 스쳐 지나간 아차, 싶은 표정을 남자는 보았다. 팔지 않는다니. 창녀란 그저 돈으로 사고, 파는 존재가 아니었던가? 사실 말을 꺼낼 때 까지만 해도 딱히 소유해야겠다는 욕구를 느끼지 못했던 남자로써는 사내의 반응에 도리어 호기심이 생겼다. 이 도시에 팔지 않는 라메라가 있다는 건 금시초문이다.



“정말 죄, 죄송합니다. T님. 하지만 정말로 이 녀석은 팔지 않는….”“흠.”“저희 쪽에서도 꽤나 값이 나가는 녀석인데다가…. 아 그게, T님이 그만한 재력이 없으시다는 것이 아니라! 저희 주인님께서….”

“라메라의 주인이 누구길래?“



들어갈수록 첩첩산중이었다. 실수했다는 생각에 안절부절인 사내의 낯빛도 점점 흑색이 되어가고 있었다. 누가 보면 목 위로 피가 통하지 않는 줄 알 것이다.


“저기…. 사이안님 이십니다.

”“아아.”



사이안. 기억하고 있는 이름 중에 하나인지라 남자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리대금업과 포주를 같이 겸하고 있는 그 작자를 말하는 건가? 베타(beta)들 사이에서는 꽤나 유명한 남자라고 알고 있다. 제법 재력과 권력을 갖춘. 하지만 알파(alpha)들에게는 다른 베타들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인사였다. 하다못해 노블레스 계급의 남자에게라면야… 남자는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바닥에서 일어날 생각을 않는 소년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지금 이 상황을 좀처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의문 가득한 눈동자에는 처음 보았던 경계가 여전히 서려있었다.


“저 녀석, 오메가(omega)로군.”

“히익…!”

“역시.”



남자는 자신의 추측에 확신을 실어주는 사내의 반응에 슬쩍 미소를 지었다가 이내 원래의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보는 오메가였다. 바깥출입이 잦지 않는 남자에게는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가 낯설었지만 오메가는 특히,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존재였다. 남자의 눈빛이 다시 한 번 호기심으로 번뜩였다. 거기다가 바닥에 앉아있는 오메가에게서는 그들이 내뿜는 특유의 페로몬 냄새가 짙게 풍기고 있었다.

 

“거기다가…. 히트 사이클 기간이라?”“으…으으…. T님…제발….”

“흐흠….”“저 녀석 데려가지 못하면 저희들 다 사이안님에게 죽습니다…. 제발, 제발 선처를…!”

 

사내는 굳이 확인해 보지 않아도 남자가 소년에게 갖는 본능적인 호기심을 알아차렸다. 당연했다. 우성 알파가 우성 오메가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자연의 섭리나 마찬가지였다. 거기다가 지금 오메가는 히트 사이클로, 쉽게 말해 발정기 중이라 알파를 자극하는 페로몬을 쉼 없이 뿜어내고 있을 것이었다. 이런 상황이 있을 것을 걱정한 사이안이 억제제를 먹여두지 않았더라면 지금 바닥에 앉아있던 소년은 골목길, 그것도 모두가 보는 앞에서 남자에게 다리를 벌린 채 그와 질펀한 섹스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사내는 눈을 질끈 감았다. 하필이면 이 골목길에서 남자를 마주치다니…! 노블레스들 중에서도 집 안에 틀어박혀 두문불출하기로 유명한 T가 왜 지금 이곳에 있는지도 의문이었다.


“내가 데리고 가지. 얼마면 되나?”

“저, T님…. 정말…. 말씀드린 대로 그 녀석은 팔지 않는….”

“내 말을 잘못 이해한 것 같은데.”



남자는 한 템포 끊어가듯,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러나 곧.

 

“값이라도 쳐 줄 때, 받으라는 소리야.”

 

결코 거절할 수 없는 명령을 했다.


 

 …




도시는 여느 다른 곳과는 달리 특이한 계급 군이 존재했는데, 보통 세 가지로 나뉘었다. 알파와 베타, 그리고 오메가. 알파는 우성 유전자를 뜻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기득권층이 이 속에 속했다. 그들은 재력과 권력을 양 손에 쥐고 도시의 모든 부분을 주무르는 사람들이었으며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거만하고 프라이드가 높은 존재들이었다. 또한 특이할 점이라고 한다면 남자와 여자, 또한 상관없이 오메가를 임신시킬 수 있는 종족적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은 대단히 치명적인 페로몬을 내뿜었으며, 상대방을 굴복시킬 수 있는 힘이 있었다. 

베타는 그 다음 계급이자 중간 계급으로 보통의 소시민들이 이에 속했다. 그들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대부분의 인간들이었고 남들과 똑같이 섹스를 하거나 임신을 했다.

마지막으로 오메가. 그들은 가장 천한 취급을 받는 존재들로 알파들에게 있어서는 거의 씨받이나 다름없는 수준의 인간들이었다. 그들 중 가끔 알파의 눈에 들어 호화로운 삶을 사는 자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사창가에 팔려가거나 이루 말할 수 없는 비천한 삶을 사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 역시 남자, 여자와는 상관없이 임신이 가능했으며 특히 알파를 자극하는 페로몬 때문에 히트 사이클이라 불리는 발정기간이 돌아오면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알파들에게 강간을 당하거나 팔려가는 경우도 허다했다. 베타들은 오메가의 페로몬을 느끼지 못했다. 그것은 오직 알파와 오메가 사이에서만 이뤄지는 일종의 페로몬 계약이었다.

남자는 특히, 알파 중에서도 최상위층이라는 노블레스 계급 군이었다. 노블레스들은 오직 26명으로 도시 안에선 1% 채 되지 않는 상위 계급이었다. 노블레스들은 오랜 시간 동안 이 도시를 장악해 온 이들로 가문별로 나뉘어졌는데 대표적인 증거로는 고유의 이니셜을 들 수 있었다. 그들은 성격에 따라 언론에 쉬이 노출되는 경우도 있었고, 혹은 자신의 존재를 철저히 은폐한 채 음지에 존재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관없이 그들은 모두 이 도시가 돌아가는 시스템 전반에 관여하는 지배자들이었다. 본인, 혹은 똑같은 노블레스 계급이나 스스로가 허락한 사람이 아닌 이상에야 그들의 이름을 알기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보다 힘든 일이었다. 그들이 바깥에 노출 될 때에는 언제나 이니셜로 표기 되었고 같은 알파나 베타들은 실제로 보기조차 힘들었다. 존재 자체가 신비로운 계급이었다. 남자 또한 모든 사람들에게 이름 대신 ‘T’ 라고 불렸다.

 

“놔!!! 놓으라고!!!”

“입 다물어.”

“제기랄! 당장 안 내려놔!?!?”

 

소년은 예상 이상으로 고집이 셌다. 첫 인상에서 느꼈던 바락 거리는 성질 머리가 단숨에 죽기를 기대하는 것은 역시 무리였던 모양이었다. 결국 남자는 소년을 데리고 오는 것에 성공했다. 데려왔다기 보다는 납치나 다름없었지만. 자신은 '그것' 을 갖고 싶었고, 이미 갖고 싶다고 생각한 이상 그것은 이미 남자의 소유였다. 남자가 살아온 배경을 생각한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남자의 가문은 스네이커. 노블레스들 사이에서도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는 서열 상, 그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또 가장 오래된, 마지막으로 가장 강력한 가문이었다. 남자의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에 가문의 권력은 정점에 치달아 있었다. 감히 그 앞에서는 고개조차 들지 못한다는, 스네이커의 뱀 문양은 그 자체만으로도 절대적이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남자의 부모님은 어느 날, 암살당했다. 자신들의 방에서, 머리가 통째로 날아간 채로.

 

“당신이 뭔데!!! 네가 뭔데 나를 사!! 난 물건이 아니라고!!”

”…….“

“나를 내보내달란 말야!! 안 그러면…!!”

”안 그러면?“


바락바락 소리를 질러대던 소년은 순식간에 입을 뚝 다물었다. 자신을 침대에 내팽개치듯 내려놓은 남자의 눈동자가 온전히 자신을 향했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시선이 마주친 것 뿐이었지만 그 위압적인 시선에 소년은 순간 숨이 멎을 듯한 공포를 느꼈다. 그가 화가 났다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순간이지만 온 몸이 얼어붙는 느낌에 소년은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리며 시트를 꽈악, 쥐었다. 금방이라도 자신을 집어 삼킬 것만 같은 눈빛.

 

“상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모양인데.”

“……….”

“난 방금 너를 샀다. 그것도 꽤나 거금을 쥐어 주고.”


차마 금액을 정하지도, 말하지도 못한 채 쭈뼛거리는 사내에게 남자가 제시한 금액은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액수였다. 베타들은 평생 가도 그 돈을 만져볼 수 있을까, 말까할 정도의 금액.

 

“네가 어떻게 생각하건, 꽤나 신사적인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만.”

“신사적? 웃기지 마!! 사람을 돈으로 팔고 사는게 뭐가 신사적이란 거야!?”

“몸 파는 녀석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난 라메라가 아니야!”

“그래?”

 

남자로써는 자신에게 악을 쓰며 덤벼드는 상대가 상당히 생소했다. 인생 전반을 통 틀어, 그에게 이렇게까지, 정면으로 덤비는 상대는 거의 처음이었다. 처음, 소년의 그런 모습이 호기심을 자극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남자는 슬슬 소년의 거침없는 입담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확실히 듣기 좋은 소리도, 조용한 소리도 아니었다.




“그럼 확인해 보지.”

 

뭐? 소년의 눈동자가 당황스러움으로 일그러지는 동안. 남자는 어느 새 몸을 칭칭 감고 있던 그의 검은 로브를 던져버린 채 였다. 뭐하는 거야?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한 질문이 목구멍에서 기어오르는 동안 그는 망설임 없이 소년 위에 올라탔다. 헝클어진 머리가 순식간에 베개 위로 쓰러졌다. 소년은 몸을 내리 누르는 남자의 위압적인 무게에 놀라 몸을 잔뜩 움츠러들었다. 상대는 알파였다. 거듭 말하지만 남자는 노블레스였고, 그것은 그가 이 도시의 그 누구와도 비할 바 없이 우성의 유전자를 지녔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것은 오메가들을 굴복시키는 데에 태생적으로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소리기도 했다.

 

소년은 우악스러운 손길에 뜯겨져 나가는 제 옷깃을 하릴 없이 바라보았다. 무섭다. 온 몸을 뱀처럼 휘감아 오는 공포에 질려 소년의 얼굴이 하얗게 바랬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곧 소년은 헐벗게 된 상체를 온전히 내 보인 채 그의 아래에 깔려 있어야만 했다. 도망치지 못하도록 양 쪽을 내리 누르고 있는 남자의 팔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위압적이었다.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 하다못해 그 끔찍한 사이안도 소년을 이 정도로 몰고 가지는 못했다.

 

“하…하지 마….”

“뭐라고? 내가 잘못 들었나?”

 

남자는 소년을 똑바로 내려다보며 말을 이어갔다. 검고, 깊은 눈이 자신을 향하는 순간 소년은 제 몸에 두꺼운 뱀이 칭칭 감고 오르는 듯한 억압을 느꼈다. 안 돼, 이건, 위험해. 너무나…. 소년의 이성이 이 상황을 인지하기 이전에, 본능이 외치고 있는 소리였다. 소년은 더 이상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틀었다. 그 순간 그의 우악스러운 손이 소년의 바지를 아래로 잡아끌었다. 소년은 있는 힘껏 발버둥 쳤지만 소용없었다. 볼품없이 마른 몸은 탄탄한 그의 완력을 상대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했다. 소년은 느닷없이 눈물이 툭, 터졌다. 그것이 남자를 더욱 자극할 거란 생각은 하지 못한 채.

 

남자의 손이 소년의 턱을 쥐어, 자신 쪽으로 돌렸다.

 


 “해주세요, 겠지.”

 

 

시선이 마주쳐,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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