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께서 오신다. 문을 열어라!


우렁찬 외침 뒤로 말발굽 소리가 우르르 몰려들었다. 장림군의 귀환이다. 소식을 전해들은 금릉은 삼 일 전부터 분주했다. 대량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대유국과의 접전에서 기필코 승리를 거둔 장림군의 승전보는 수도를 떠들썩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심지어 장림군을 이끌고 있는 장수는 14년 전. 매령에서 겨우 목숨을 건지고 살아 돌아 온 효기장군, 임수였다.


황실은 물론 백성들 역시 이를 두고 끊임없이 떠들어댔다. 효기장군 임수. 과거 적염군의 소원이자 적우영의 사령관이었던 그의 인생은 풀어놓기만 해도 삼일 밤낮을 꼬박 새우고도 남을 대서사시였다.


매령의 추운 협곡. 설원은 흰 곳이 남아있지 않을 만큼 온통 붉은 피바다가 된 그곳에서 불타 죽을 뻔했던 그는 매령충에 물려 목숨을 구했고. 목숨을 겨우 건졌지만 이번에는 화한독에 중독되어 산 채로 가죽을 벗기고 뼈마디를 전부 긁어내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더라. 뿐 만인가. 화한독을 해독하는 과정에서 원래의 생김새를 잃어버리고 과거,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움츠러들었던 기상을 잃어버린 약골 서생이 되었다고.


아직도 끝이 아니다. 그런 그가 무슨 신묘한 수를 쓴 것인지 강호 제일 방파인 강좌맹의 주인이 되었다는 대목에서는 누구나 할 것 없이 무릎을 치기 마련이었다.


참으로 대단한 분이실세. 그래,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는가? 그를 아는 이라면 누구라도, 다음 이야기를 물을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는 이러하다. 매장소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 그는 스스로 살아있는 망자가 되어 금릉으로 돌아온다. 오랜 지기지우였던 소경염.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대량의 7번째 황자를 기어코 다음 보위의 주인인 태자의 위(位)에 올리는 기염을 토한다. 태자는 그의 뜻을 이어 받아 오랜 숙원이었던 적염군에 대한 누명과 임씨 일가의 오해를 풀어 죽은 자들의 혼을 기렸다. 잘못 된 것을 바로 잡고 명명백백한 진실을 밝혀 영영 비밀로 묻힐 뻔했던 역사의 진실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이 어찌 대단한 사내가 아닐 수 있단 말인가. 천하의 기린재자. 여전히 그런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임수에 관한 설화는 입에서 입으로 오르내릴수록 부풀어 그를 신격화 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였다.




“폐하, 효기장군이 폐하를 뵙고자 하옵니다.”


황제의 고개가 비스듬히 그리로 향했다가 다시 정면으로 향했다. 그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미소가 만면에 걸쳐 있었다. 대단하고, 자랑스럽도다. 오랜 앙금이 쌓여있던 대유국을 이번에야말로 대격파했다는 승전보를 전해 들었을 때부터 황제의 기분은 하늘을 날아갈 듯 하여 땅에 발이 닿질 않았다.


무엇보다도 기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끈 장군이 제 곁으로 무사히 돌아왔다는 점이다. 경염은 소리 없이 숨을 들이켰다. 매장소, 이젠 원래의 이름을 되찾은 임수의 승전보는 비단 오늘 내일 하는 일도 아니었으나 이번 전쟁은 실로 유의미했다. 대유국을 크게 물리치는 것은 황제와 장군. 두 사람 모두의 숙원이었다.


“어서 보고 싶군.”


황제는 드물게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살아 돌아왔다면 그것으로 족하나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무사한 것인지.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마음이 놓일 터였다. 허리를 바로 세운 황제는 곧 입장할 그의 장수를 기다렸다. 매번 벅차오르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문이 열리고 모습을 드러낸 사내는 갑주를 두르고 붉은 망토를 휘날리며 대전의 한복판으로 걸어왔다. 채비를 하지도 않은 채 바로 복귀한 것이 분명한 행색이다. 황제가 그리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금릉으로 돌아오면 바로 황궁으로 복귀하라. 한 시진도, 한 식경도 머뭇거리지 말고 바로 달려와야 할 것이다.


그의 바람대로 황궁부터 찾은 장군의 걸음은 용상을 열 걸음도 채 남겨두지 않은 곳에 서서야 비로소 멈췄다. 투구만 쓰지 않았을 뿐 방금 전까지도 전쟁에 임하다 온 것만 같은 행색이었지만 황제에게는 하나 중요치 않은 사실이었다. 황제는, 그리하여 경염은 웃었다. 한 쪽 입 꼬리가 매끄럽게 올라가 지금 그의 기분이 대단히 흡족함을 증명했다. 그는 가만히 반상 위를 두드리던 손길을 멈추곤 사내에게 온전히 집중했다.


“폐하의 명을 받들어 변방의 적들을 섬멸하고 돌아왔으니 이에 보고 올립니다.”

“소식은 들었다. 섬멸(殲滅)이었다고.”


섬멸. 그야말로 씨를 말리고 왔다는 뜻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장군으로서는 얼마나 고대했을 전투인지를 모르지 않는다. 황제는 이해한다는 듯 가만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다친 곳은 없는가?”

“보시다시피 무사합니다.”


그건 모르는 일이지. 직접 확인해 보기 전까지는.


황제의 눈이 장군과 마주쳤다. 그 눈짓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서로 모르지 않아 고개를 끄덕거리지 않아도 통했음을 안다. 물러가라는 말이 없었지만 장군은 두 손을 모아 예를 갖추고는 그대로 돌아서 걸어 나갔다. 그의 뒤로 휘날리는 망토가 실로 위풍당당했다. 그 모습을 볼 적에, 황제는 얼마나 가슴이 벅차오르는지 모른다.


“고 태감.”


예, 폐하. 바로 곁에 서 있던 태감이 고개를 숙여 그의 부름에 응한다. 이제 황제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 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지난 1년 간, 국경을 위협하는 수많은 적국들의 침략에 맞서 몇 번이나 장군을 전장으로 내보내야만 했던 황제이다. 보내는 마음은 탐탁지 않으나 매번 승리를 손에 쥐고 돌아오는 장군에게는 그에 걸 맞는 포상을 내려야 했다. 이 또한 그 중에 하나이다.


“금위군 통령, 몽지에게 군의 지휘권을 주고 정무는 각 육부의 대신들이 알맞게 처리하도록 하라.”

“명을 받들겠나이다.”


황제는 사뭇 기대를 감추지 못하는 표정으로 장군이 가고 없는 자리를 가만히 내려다봤다. 그는 저택으로 돌아가지도, 살아남은 병사들과 회포를 풀러 가지도 않았다. 그는 여전히 이 황궁 어딘가에서 채비를 하는 중일 게다.



“침전으로 간다. 내가 부르기 전까지는 누구도 들여선 안 된다.”



황제는 사내가 있는 곳으로 갈 예정이다. 그리고 그가 직접 문을 열고 나서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황제의 시간을 방해할 수 없으리라.



못 해도 삼일야(三一夜)는 꼬박 새우게 될 테지. 황제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三一夜

삼일 밤낮, 그대를.


作, 書訪








매화(梅花) 향유의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제게는 맞지 않는 향이라 생각을 하면서도 임수는 입을 꾹 다물었다. 시중을 드는 이들의 노고를 부러 늘리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었지만 경염이 이 냄새를 유독 선호하기 때문이었다. 취향 한 번 이상하지. 떠올려 보면 예전부터 그랬다. 네게서 매화의 향기가 난다며 목덜미에 코를 묻고선 떨어질 줄 모르는 경염은 황제라기보다는 커다란 짐승 같았다. 냄새에 취약하여 좋고 싫음이 분명한 남자였으니 맞춰주기는 한다만 썩 탐탁지 않은 것만은 여전했다.


대전을 나서자마자 황제의 침전으로 안내받은 그에게는 이런 시중 역시 익숙해졌다. 그럴 만도 하지. 이런 일이 비단 이번뿐이던가. 벌써 너덧 번은 있어왔던 일이었다. 사내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바람 잘 날 없는 황궁에는 온갖 소문이 떠돌았다. 다들 알고는 있으나 쉬쉬하는 비밀 중 하나는 대량의 제일가는 장수인 효기장군은 복귀를 하자마자 황제의 침전으로 향한다더라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침전으로 향한 황제가 장군과 둘이 그 안에서 무슨 일들을 하는 지는 모를 일이다. 다만 아무도 얼씬도 못하게 하고서는 오롯 두 사람만의 시간을 보낸다더라.


사실 그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아는 자들은 다 알았고 모르는 이들은 드물었다. 간혹 흘러나오는 가느다란 소리가 누구의 것인지는 모르나 분명 비음이었으니. 이는 색사의 소리이며 교합의 증거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 황제와 장군은 종일 합방을 하는 것이다.


이 놀랍고도 대단한 비밀은 어디까지나 비밀로, 잘못 입을 놀렸다가는 황제의 엄벌을 피해갈 수 없기에 누구도 드러내거나 떠들지 못했다. 그들의 황제는 자애로운 성정에, 만인에게 공평무사한 성군이었으나 효기장군에 관련 된 일에서만큼은 불같은 성정을 숨기지 않았다. 누구든 그를 음해하려는 기미가 보이는가 싶으면 두 말 할 것도 없이 척결했다. 따라서 장군에 관한 이야기는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찾아보기 어려웠다.




“읏……!”


놀란 목소리가 대번 튀어나왔다. 무슨 일인고 하니 언제 왔는지 기척도 죽이고 다가 온 경염이 그를 냉큼 끌어안았기 때문이다. 놀래라. 별 생각 없이 탁상 위의 책을 슬쩍 훔쳐보고 있던 사내는 가슴을 쓸어내리는 동시, 난데없이 저를 품에 안은 남자의 팔을 풀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무력에 있어서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경염이 우세했다. 결국 포기한 임수는 몸에 힘을 빼고는 한숨을 쉬었다.


“……기척은 좀 하시지요. 폐하.”

“모르지도 않았으면서 무얼.”

“정말 몰랐습니다만. 채비를 하고 오면 한 시진은 걸릴 줄 알았더니.”


안 그래도 경염은 곤룡포를 입은 아까의 모습 그대로였다. 얼마나 마음이 급했으면 옷을 갈아입을 생각도 않은 채 그를 찾았을까. 임수는 제 배를 감싸 안고 있는 경염의 옷깃, 정확히는 용의 문양이 그려진 금빛 자수를 살펴보다가 그만 픽 웃었다. 대량의 황제가 이토록 천진할 줄은 상상도 못 하겠지. 저밖에는 모르는 모습이다. 그리 생각하니 금세 마음이 풀렸다.


“그리웠다.”

“알아.”

“모르는 것이야말로 안다.”


허리를 안은 채로 목덜미에 입술과 코를 동시에 묻는다. 이미 얇은 침의 하나만을 걸친 임수의 몸에는 단단한 갑주도, 치렁한 망토도 없었다. 한 껍질만 벗기면 안에 있을 흰 속살이 고스란히 드러날 것이다. 경염은 슬쩍 이를 세워 그의 목덜미를 물었다. 곧잘 치곤 하는 장난이다.


“옷이라도 갈아입고 오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폐하.”

“어차피 벗을 것이 아니냐.”

“체통은 어디다 팔아먹고 오셨는지, 원.”


말은 곱지 않게 나갔지만 입술로는 웃고 있었다. 마음을 숨기지 않는 경염의 애정 공세는 언제나 기꺼웠다. 예나 지금이나 익숙해지질 않아 튕겨내곤 했지만 싫진 않았다. 이런 남자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으면서도 때때론 놀랍기도 했다. 어쨌든.


“하아……. 정말, 폐하.”


얌전히 허리에만 감겨 있을 리 없는 경염의 손이 지분거리며 위로 올라왔다. 옷깃을 파고들어 최근 더욱 두툼해진 가슴을 쥔다. 근육이 붙었기 때문이다. 경염 역시 이 점을 알았는지 꼭 한 마디를 거들었다.


“나날이 건강해지고 있는가 보오? 장군.”

“다, 폐하, 덕분……흐, 에 말입니다.”

“기쁜 일이지. 경사가 아닐 수 없어.”


사실이다. 경염은 웃으며 목덜미에 입을 맞추고, 손으로는 임수의 가슴을 희롱했다. 실제로 사내는 나날이 건강해지고 있었다. 빙속단이 효험을 발휘해 화한독이 낫고 난 이후로는 더 이상 한기를 느끼지도, 자주 하던 잔기침도 말끔히 나았다. 린 각주는 이를 두고 기적이라 일컬었다.


기적이지. 기적이고 말고. 아무도 생사를 점칠 수 없었던 강좌매랑이 건강을 되찾았으니 이 어찌 기적이 아닐 수 있을까. 황제는 그의 병이 나았다는 것을 알자마자 그에게 효기라는 이름을 내려 장군으로 세웠다. 이에 반대하는 이는 없었다. 그가 임수라는 것이 밝혀진 마당에 누가 감히 반대할 수 있으랴. 양나라에서 그보다 더 병법을 잘 익히고, 전술을 지휘할 수 있는 자는 없었다. 장군은 이에 백전백승으로 보답했다.


“하아, 경염…….”


손길이 점차 농밀해지자 소리 역시 달아오른다. 임수는 눈을 감은 채 제 뒤에 선 경염의 손길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다. 바로 달라붙어있는 몸이 뜨거웠다. 침상에 가서 해도 될 것을 미리부터 요란을 떠는 경염의 체신 머리를 걱정하면서도 당장의 흥분을 놓치고 싶지는 않은 까닭이다.


몸은 일찍이 달궈진 채였다. 전장에서부터 이미 달아오른 몸이다. 사람을 베고 죽이는 일에 어찌 쾌감을 느낄 수 있으랴. 허나 전쟁만이 줄 수 있는 각성은 임수를 쉬이 사로잡았다. 희열은 아니다. 쾌감은 더더욱. 설명할 길이 없는 흥분이었다. 그리 뜨거워진 몸은 경염이 아니면 달랠 수가 없었다. 혼자서 하는 것으로는 결코 만족할 수 없다. 그것이 돌아 온 장군이 바로 황제를 찾게 되는 이유였다.


“오늘따라 유난히 달아오른 것은 상대가 대유국이었기 때문인가.”

“흣……. 그럴, 지도…….”

“나로서는 반가운 일이다만.”


손길은 멈추지 않고 군데, 군데를 빠짐없이 어루만졌다. 이미 반쯤 벗은 것이나 다름없는 옷가지가 흘러내리고 나면 그 안은 가릴 것도 없는 나신이었거늘, 그에 부끄러워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임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돌아서 경염의 얼굴을 붙잡고 입술을 부대꼈다.


두근거리며 뛰는 박동이 왼쪽 가슴 뿐 아니라 몸 전체에 번져있었다. 벌써부터 가랑이가 저릿거리는 것을 보아하니 급하기는 어지간히 급했던 모양이다. 양 손으로 경염의 뺨을 쥔 채 허덕이는 입을 맞추느라 여념이 없는 임수는 혀를 얽고, 타액을 밀어 넣었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길게 늘어졌다. 경염은 다시금 그의 허리를 끌어안고는 마찬가지로 흥분한 아랫도리를 맞대었다.















뒤는 차마 공개할 수 없어 여기까지 공개하겠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원작 날조와 작자의 망가+야오이적인 판타지가 그득 담긴 퇴폐한 글입니다. 

의식의 흐름대로 썼으므로 이에 주의 바랍니다. (아직 초고로 최종 탈고와 내지 편집, 디자인 등을 거칠 생각입니다.)


특별히 내용이랄 건 없고...삼일...네. 삼일....

금릉 최고 사랑꾼 황제 경염과, 진정 살아 돌아온 임수 장군의 이야기입니다.

(갑주 입고 망토 휘날리는 매랑이 보고 싶었습니다. 생각만 해도 너무 멋져....)


기간 상의 문제로 통판 예약을 받지 못하는 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대략적인 수요 조사에 맞춘 수량만을 들고 갈 예정입니다.


최종 인포는 내일~즈음 올리겠습니다.

만나 뵙길 고대하고 있습니다. 미리 반갑습니다:D 



서방(書訪)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