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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BL] 4인용 게임 prologue (2/2)





prologue 2/2.




 

나이프가 접시 위에 닿을 듯 말 듯 스치는 소리.

혹은 고기의 살점이 찢어지는 소리. 그 사이에서 흘러나온 피 같은 육즙을 고깃덩이로 한 번 더 훔치고, 그대로 입에 넣어 윗니와 아랫니로 잘근잘근 문지르는 제법 육중한 소리. 간혹 크리스털로 된 잔을 들어 올리거나 내려놓는 소리. 식사의 시중을 들기 위해 발걸음을 조심하며 오가는 사용인들의 숨죽인 소리.

실내에서는 정숙하라는 표어 따위를 내걸지 않아도 침묵은 어디에나 만연했다. 육식동물 특유의 위압감은 그들을 제외한 존재들, 특히 같은 공간 안에서 생활하는 사용인들로 하여금 스스로 숨죽이게 만들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히 그리 되는 법칙이었다. 때문에 저택의 공기는 무거웠고, 무거운 만큼 고요했다. 간만에 마주앉은 부자父子의 식탁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그들은 대개 최소한의 단어로만 문장을 구성했다. 그 문장을 통해 대화를 주고받는 것이 암묵적인 관례였다. 아버지는 제가 아는 그 누구보다 과묵했고, 과묵한 만큼 비대해진 중압감을 철갑처럼 두르고 있는 사내였다. 그의 혈연인 건호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간만에 한 자리에 모인 부자의 만남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건 오로지 지켜보는 자들의 몫일뿐이다. 한 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귀한 자리였으나 동시에 저택 안의 공기가 유달리 텁텁해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정혼례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느냐.”

 

비로소, 그야말로 비로소 포문을 연 대화의 첫 마디는 아버지의 몫이었다. 두툼한 소고기를 소리 없이 잘라 낸 뒤 깔끔하게 떨어져 나온 고깃덩이를 한 입에 삼켰다. 그동안 마주앉은 상대는 대답을 해야만 했다. 나름 효율적인 시간 배분이었다.

기계적으로 고기를 우물거리던 건호의 나이프가 다시 고깃덩이에 닿았을 때, 순서는 시소처럼 반대편으로 넘어갔다.

 

“문제없습니다.”

 

이미 정해진 대답을 소리 내어 말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심지어 군더더기도 없었다. 없어도 너무 없었다. 그 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재정을 쥐락펴락한다는 신웅그룹, 나아가서는 웅씨 집안과 성호건설을 필두로 부동산과 정치판을 좌우하는 이씨 집안의 결탁은 양 가문에서 같은 연도에 자식을 본 그 해에 이미 결정된 일이었다.

한 쪽은 이름만 보아도 알 수 있듯 곰의 핏줄이었고 다른 한 쪽은 이전부터 숱한 영웅과 걸인傑人들을 배출한 호랑이 집안이었다.

두 집안은 환웅이 신단수에 터를 잡고 이 땅을 보살피기 시작한 이래로 따로 또 함께 해 왔다. 서로 얽힌 채 이어져 내려온 햇수가 그 자체로 곧 이 땅의 역사였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오래 안 사이치곤 썩 살가운 사이는 아니더라는 점이다. 그들은 이해득실에 따라 손을 잡기도 했고, 때로는 유일한 맞수를 향해 이를 드러낼 때도 있었다.

허나 금년今年. 4년 만에 돌아온 윤년閏年임과 동시에 아이들의 나이가 각각 아홉수가 되는 바로 올해, 두 집안은 진정한 의미로 결탁할 예정이었다.

무릇 경제와 정치는 한 몸이나 마찬가지라, 따로 떨어뜨려놓고선 생각하기 어려운 법. 비로소 두 집안은 정략결혼이라는 실로 고전적이고 가장 단단한 형태로 오랜 회합과 전쟁에 종지부를 찍기로 뜻을 모았다.

따라서 이번 정혼례는 여러모로 의미가 남다른 의식이었다. 대대로 이 땅을 좌지우지 해 온 두 집안이 정식으로 협력하겠다는 의미였으므로. 당사자인 건호 역시 모르지 않았다. 그는 이제 막 목구멍 뒤로 넘어간 고기의 여운을 느끼듯 입안을 혀로 슬쩍 핥았다.

 

“고작 이주밖에 남지 않았다. 아주 작은 흠이라도 있어서는 안 돼.”

“예.”

“태음이와는 종종 연락을 하고 지내느냐?”

 

곧잘 나오던 이전의 대답과 달리 건호는 잠시 뜸을 들였다. 둘의 관계에 대해서 물어오는 아버지의 질문이 그답지 않게 다정한 관심을 보이는 것처럼 느껴져서이기도 했지만 실은 전혀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서였고, 무엇보다도 태음과 개인적인 연락을 주고받지 않은 지가 벌써 세 달이 넘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전에도 자주 연락하던 사이는 결코 아니었지만 최근에는 전무했다.

태음과 건호는 상류층들만 다닐 수 있다는 사립 재단에서 초, 중, 고등학교에 이어 대학교까지 함께 다닌 죽마고우였지만 대학을 졸업한 뒤로는 굳이 얼굴을 볼 일이 없어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이유라면 물론 알고 있다. 스물아홉 살이 가까워질수록 성큼 다가오는 현실을 서로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졸업하던 해에 둘은 이미 정략결혼으로 맺어질 운명임을 각각의 집안으로부터 통보받았다. 결혼한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정인이 된다.

그 외의 결과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통보는 그야말로 통보였다.

태어날 때부터 집안의 후계자로 지목된 건호로서는 졸업 후에 으레 취직을 하는 것처럼 결혼 역시 당연한 절차 중 하나였으나, 웅씨 집안의 사남매 중에서도 막내아들인 태음에게는 감당하기도, 납득하기도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태음이 누구인가. 어렸을 적부터 유달리 자존심이 센 녀석이 아니던가.

더욱이 태음은 수컷이었다. 그런 그가 다른 수컷에게 시집을 가야 한다는 사실 따위를 순순히 용인할 수 있을 리가.

알기에 건호도 부러 그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좋건 싫건 그렇게 될 일이었다. 거부한다고 해서 물릴 수 있는 일 따위가 아니었다.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는 결국 자신의 아이를 배게 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피 묻은 고깃덩이에 머무르던 부자의 시선이 고스란히 마주쳤다. 건호의 말은 거짓이었으나 곧 진실이기도 했다. 잘 지내는 건 아니었지만 아버지가 걱정할 일 같은 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다짐이었다. 바꿔 말하자면 약속이었고, 그것은 곧 제가 지금 말한 대로 틀림없이 이루어지리라는 맹세였다.

아버지로서는 적잖이 우려가 되엇을 것이다. 굳이 질문을 가장한 취조가 없었었더라도 태음의 근황은 수행원들의 입을 통해 빠짐없이 전해 듣고 있었으니까. 곧 있을 정혼례 때문에 어지간히 심란한 게 아닌 모양인지, 밤이고 낮이고 온갖 짐승들을 데려다가 난교 파티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라면 건호 역시 접한 뒤였다. 허나 그런 소식들을 아버지에게 고스란히 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굳이 제 입으로 고해 받치지 않더라도 이미 알고 계실 테니까. 태호의 눈빛이 순간이나마 번뜩거렸다. 더는 이 주제에 관해서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다는 뜻을 은연중에 내비췄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우리 집안의 사람이 될 놈이다.”

 

알면서도, 잠시 뜸을 들였을 뿐 대답은 예외 없이 흘러나왔다. 그는 마지막 고기 조각을 입에 넣는 것으로 잠시 시간을 벌었다.

 

“숫놈이라 암컷보다는 다루기가 까다로운 부분도 있을 테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네가, 곰 한 마리조차 제대로 휘어잡지 못한다면 그보다 불명예스러운 일이 어디 있겠느냐.”

 

드물게 길게 말을 꺼낸 화자와 달리 듣고 있는 이의 표정은 시종일관 묵묵했다. 사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는 중이었다. 뚫린 귀라 별 수 없이 들어야 하는 말이긴 했으나 뻔한 잔소리라는 사실엔 변함없었다.

그저 이번에도 별 수 없이, 태음을 떠올렸을 뿐이다. 한 때는 같은 무리에 섞여 웃고 떠들던 남자. 그들은 나고 자란 집안과는 무관하게도 스스럼없이 서로의 어깨에 팔을 올리던 친구였다. 오로지 눈앞에 놓인 정도만 걸을 줄 알았던 제게 탈선을 제시하던 영악한 사내. 그리고 그 사내와 함께 어울렸던 시간들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자신의 인생에서 손꼽을 수 있을 만큼 재밌었던 순간이었다는 점도.

이제는 전부 과거였다. 그는 곧 자신의 씨앗을 배에 품고, 또 아홉 달하고도 아흐레가 지나고 나면. 신점에 따라 네 발 달린 짐승들 중 가장 강권한 아이를 출산하게 되리라. 그것이 예언이었다.

 

“12년 뒤에 있을 대선을 위한 초석이야. 네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신웅그룹의 힘을 빌리는 건 현재로선 불가피한 일이다. ……이 아비 말이 무슨 말인진 잘 알고 있겠지?”

 

그것이, 운명이었다.

 

더는 알겠다는 대답은 무의미했다. 설령 모르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지금부터는 필히 알아야만 했다. 아버지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이미 이십 년도 훨씬 전에 완성되었을 것이고,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내였다.

장담컨대 아버지는 건호가 아는 모든 사람들 중 가장 인간이었다. 단 한 순간,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어야 한다는 건 이제 선택 아닌 의무였다.

결국에는 건호 역시 답해야만 했다.

 

“아버지의 맘에 드시게끔 준비를 마쳐 놓겠습니다.”

 

그 또한 운명이었으므로.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식탁에서 일어서자마자 저택을 빠져나간 아버지와 달리 건호는 식사가 끝나자마자 이층으로 향했다. 그 역시도 일정을 위해 집을 나서야했지만 시간이 아주 촉박하지는 않았다.

노크 없이 방문을 열었다. 안에는 그를 기다리고 있던 남자가 반듯한 자세로,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표정으로 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누가 들어올 줄 모르고 있었던 것처럼. 이 방의 주인은 건호였으니 그 외의 사람이 들어올 리 없다는 걸 뻔히 알고 있었을 텐데도 말이다.

 

“오셨어요. 의원님.”

“식사는.”

 

익숙한 반응이기도 했다. 건호는 남자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식사 여부부터 물었다. 겉치레처럼 보이는 안부였으나 단 한 번도 빼 놓은 적 없던 인사였다. 그렇게 신경 쓰이는 부분이라면 함께 아침을 드는 방법도 있었겠지만, 부자의 식탁은 그 누구에게도 동석을 허락하지 않았다.

사용인들은 말할 것도 없었고, 어렸을 때부터 건호와 함께 자란 것이나 마찬가지인 남자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먹었습니다. 아주머니께서 방으로 가져다 주셨어요.”

 

시원시원하게 나오는 대답은 언제나처럼 같았다. 들으며, 건호는 목을 꽉 죄고 있던 넥타이를 잠시나마 느슨하게 아래로 풀었다. 가끔씩은 제 방 안에 있으면서도 숨이 막혔다. 정해진 규칙은 없었지만 빈도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났다. 스스로조차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그러나 분명히.

 

“단 둘이 있을 때는 편하게 하라고 말했을 텐데.”

 

목소리에는 피곤함이 묻어났다. 웃는 적도 드물었지만 반대로 구겨지는 일도 흔치 않은 눈썹 사이에 얄팍하게나마 금이 갔다. 척 보기에도 단단한 인상이 일그러지는 모습은 그리 보기 좋은 장면은 아니었다. 건호는 그를 보지도 않고 말했다.

그와 달리 남자는 줄곧 건호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과묵한 입술 사이로 한숨 비슷한 호흡이 흘러나오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따라서 한숨을 쉴 뻔 했지만 참았다. 비록 건호의 방 안이었지만 이곳은 여전히 저택 안이었고, 둘뿐이었지만 그들 사이에는 엄연한 신분 차이가 존재했다.

 

“…명령을 따르고 싶지만, 주인님께서 아시면 가만히 두시지 않을 테니까요.”

 

주인님. 아버지를 말하는 것이다.

주인님이라니. 석연찮은 건 둘째치더라도 너무나도 구시대적인 호칭이었지만 틀린 말도 아니었다. 오히려 입 밖으로 꺼낸 사람은 전혀 개의치 않아 하는 호칭이었으나 정작 걸려 넘어진 사람은 듣고 있던 건호였다. 이젠 익숙해 질 법도 됐건만 남자의 입에서 나오는 그 말은 예나 지금이나 제 신경을 거슬리기에 충분했다.

가끔씩은 스스로도 의문이 들 정도로. 한 때는 그들이 친구였기 때문일까.

 

“황주호.”

 

부름에 응답한 고개가 제게로 향했다. 얼핏 보면 붉은 기가 도는 갈색머리카락이 미동을 일으켰다. 건호는 지금에야 상대를 직시하고 있었다. 밀접한 시선엔 틈이 없었다. 머리카락만큼이나 색이 엷은 눈동자가 문득 흔들리는 순간까지도, 놓치지 않았다.

남자는 두려워하고 있었으며, 동시에 방어하고 있었다. 무엇을 두려워하고, 또 무엇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싶은 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궁금할 뿐이다.

그 대상이 아버지인가? 아니면 빌어먹을 너의 집안인가.

 

“언제까지 아버지가 네 주인이야.”

 

허나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분이 돌아가실 때 까지겠지요.’

그리 말하고 싶은 눈동자가 조용히, 또 차분히 깜박거렸다. 답이 뻔한 말을 왜 묻느냐고 탓하기라도 하고 싶은 것처럼. 건호는 그의 눈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애석하게도 그의 말이 사실이었으니까. 주호는 여우인 그의 집안에서 이씨 가문으로 보낸 볼모나 다름없었다. 이는 이상하거나 유별난 일이 아니었다. 여우는 응당 산의 주인인 호랑이의 앞에서 납작 엎드려야 할 의무가 있었다.

고려시대, 왕위 탈환을 꿈꾸었던 여우들이 결국 정권을 잡았다가 조선의 건국과 함께 몰락한 이후로는 더더욱. 이후로 두 가문 사이에는 무형無刑의 계약이 성립됐다. 태어나는 아이들 중 비슷한 연배의 여우를 호랑이에게로 보낼 것. 그 주인에게 평생을 목숨 바쳐 충성할 것.

주호는 붉은 여우 일족인 그들 사이에서도 저주받은 아이로 일컬어져 아주 어렸을 적부터 일찌감치 건호의 곁으로 보내졌다. 공교롭게도 동갑내기였던 두 사람은 친구처럼 자랐으나 실상은 그의 하인이나 마찬가지였다. 세월은 흘러, 이제는 제 1비서로 곁에 두고있었지만 정작 주호의 소유권은 여전히 현 당주인 아버지에게 귀속되어 있었다.

 

“…다음 일정은? 얼마나 여유가 있지?”

 

결국 먼저 말을 돌린 건 건호였다. 무슨 대답이 나올지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대화를 질질 끌 이유는 없었다. 저보다도 상처받을 주호를 알고 있어서였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제게 거리를 두려는 그의 생각 또한 모르지 않았다. 안다. 태음이 그러하듯 주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친구라고 불릴 수 있었던 시간은 진작 끝나버렸다는 것을.

다시는 네 명이 뭉쳐서 왁자지껄 떠들어대던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30분, 아니 40분 정도 시간이 있습니다.”

 

생각을 하니 가슴이 묵직해졌다. 아니, 뜨거웠다. 건호는 넥타이의 매듭을 좀 더 느슨하게 풀었다. 컨디션 탓을 해 보지만 아니라는 걸 안다. 최근, 충동처럼 울컥 솟는 열기의 빈도수가 현저히 늘어났다.

곧 음월기淫月氣가 돌아온다. 달이 점점 차오를수록 그 달이 내뿜는 음기에 세상이 함께 헐떡거리는 시기. 평범한 인간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지만 저들에게는 아니다. 보름달만 뜨면 발작을 해대는 이랑(늑대)족들과 마찬가지로 짐승이라면 자유로워질 수 없는 시기였다.

번식에 대한 욕구. 시대는 흘러가기 마련이고, 이젠 현대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각인처럼 몸에 박힌 생존 욕구는 주기가 돌아올 때마다 피부 가죽 아래서 미쳐 날뛰었다. 우스운 일이지만 짐승의 기운이 강할수록 음월기의 영향력이 더욱 강력하게 미쳤다.

산의 주인이라는 호랑이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할까요?”

 

건호의 고개가 돌아갔다. 목소리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들렸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멀찌감치 떨어져있던 주호가 바로 코앞에 서 있었다. 어렸을 때의 얼굴이 남아있긴 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아름다워지는 얼굴은 무표정한 채로 자신의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지에 대해 되물었다.

그는 볼모로 잡혀왔으나 하인처럼 자랐고, 친구로 지냈으나 이제는 비서로, 엄밀히 말하자면 언제 어느 때고 성욕을 처리하기 위한 도구로 존재했다.

아무 흠결도 없어야 하는 국회의원 이건호가, 어떤 추문에도 휘말리지 않도록 미리 싹을 잘라두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하겠습니다.”

 

아버지의 명령이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저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하얀 얼굴은 곧 시야에서 사라져 제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SEOBANG


전편(프롤로그 1/2편)을 캐릭터 설정을 위해 대사 등을 다소 수정했으므로 참고 부탁드려요. 


이로서 프롤로그가 끝났군요 haha!

과연 이 스케일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어디 한 번 갈 데까지 가 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TWT @ab_knowledge 네이버 베스트리그 연재 중(로맨스) 'VELLOAD…뱀파이어 이야기' http://novel.naver.com/best/list.nhn?novelId=24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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